[백일출가] 함께 수행하는 삶 - 19기 조학수

백일출가 | 2017.02.19 16:46 | 조회 216

함께 수행하는 삶

19기 백일출가/행자원 백일출가 스탭 - 조학수 

 

 

 

 백일출가 스탭을 하면서 행자님들과 같이 생활한지도 벌써 두 기수째지만 아직까지 초발심을 내어 열심히 수행하시려는 행자님들을 보살의 눈으로 봐주기는 한참이나 모자라다. 이런 느낌은 행자님들과 같이 일 수행을 하면서 더 자주 올라오고 알아차려 지는데 일 수행을 하면서 나는 무엇이든지 “예”하고 하는 행자들을 만들어 내려고, 여법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행자들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모습을 본다. ‘왜, 빨리 안 움직여 주지’, ‘왜, 깨어서 행동하지 않지?’, ‘왜 저래?’ 수행 해보겠다고 이곳에 남은 나는, 나를 보기보다 밖을 시비하느라 바쁘다.

 

 행자님들과 같이 일을 하다가 한번은 행자님들이 법복 갈아입을 시간이 도저히 안 난다고 일 수행을 일찍 마쳐달라는 요구를 해왔던 적이 있다. 나도 백일출가 행자 생활을 해보았고 이것이 얼마나 꽉 짜여진 일정인지 잘 알기 때문에 흔쾌히 10분 정도 일찍 끝내 옷을 갈아입을 시간을 확보해주었다. 일 끝나기 10분 전, 10분 먼저 일찍 마친다는 생각이었을까? 행자님들이 일 마무리도 안하고 마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일 마무리 하겠습니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충 대충 정리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때 딱 마음에서 ‘아! 이거 잘못했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행자님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면서 불편한 마음이 일어났다. ‘일 수행은 마무리가 중요한데......’ 마음속으로만 전전긍긍하다가 대충 마무리 짓고 나누기 시간이 돌아 왔다. 나누기도 한줄 나누기로 짧게 하였는데 그걸 보면서 또 ‘아... 나누기가 참 중요한데 이렇게 성의 없이 하다니......’하는 분별이 올라왔다. 나누기가 다 끝나고 내 차례가 돌아 왔을 때. 나의 마음이 어떤지 그냥 가볍게 내어 놓고도 마음이 가벼워 지거나 편안해 지지는 않았다. 행자님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계속해서 마음이 불편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비가 많이 내려 일 수행을 실외에서 하지 못하고 실내에서 해야 했을 때였다. 밖에서 일을 주로 하던 팀이 비를 만나 밖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처음으로 실내 작업을 하였는데 처음이어서 그런지 오순도순 둘러 앉아 서로 이야기 하면서 일을 하는 모습이 흡사 가족들이 명절날 모여 송편을 빚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밖에서 말없이 묵묵히 하던 때와는 달리 이것저것 질문과 대답이 오가면서 화기애애한 일수행이 이루어 졌는데 그걸 보면서는 ‘아, 내가 정말 백일 출가 스텝을 잘한 것 같다.’하는 생각과 뿌듯한 마음, 보람찬 마음이 일어났다. 이 행자님들로 인해서 말이다.

 

 행자님들을 보면서 때론 분별심으로 확 끓어오르다가 때론 가슴 속 보람으로 충만해지는 내 모습을 본다. 내 마음은 오락가락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행자님들은 늘 그대로이다. 그렇다. 행자님들은 늘 그렇게 행동하는데, 행자님들이 내 마음에 들면 좋아라 하고 내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으면 싫어하고 문제 삼는 내가 있다. 나 혼자 절을 하고 나 혼자 일을 하고 나 혼자 생활을 한다면 과연 이러한 내 마음작용들을 잘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밖에 있을 때는 늘 나 혼자 생활했었기 때문에 나는 참 차분하고 이해심이 많고 원만한 사람인 줄만 알았다. 사람들이 짜증나고 화내는 것을 보고서는 ‘저사람 정말 참을성이 없네, 나는 그렇지 않은데.’ 하고 착각했었다. 그런데 수행을 시작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일어나는 내 마음을 보며 ‘나는 정말 내 마음대로만 하려고 하구나,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어야 되고 내 뜻대로 안되면 분별하는 구나.’ 나도 그다지 거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요즘은 이런 오락가락 하는 내 마음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많은 작용들이 감사하게도 함께 수행하는 도반들 덕분에 일어난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를 내려놓으면서 나갈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이제야 조금씩 알겠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조금씩 그냥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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