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출가] 백일출가 전과 후 - 20기 이승호

백일출가 | 2017.02.26 15:06 | 조회 370


백일출가 전과 후

20기 백일출가 이승호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열 번도 넘게 옮겨 다녔다. 5년 동안 방황하며 몸과 마음은 피폐해졌고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줄어들고 있을 때 즈음, 안철수 의원의 멘토라는 분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다. 법륜스님! 안철수 의원도 존경하는 분인데 그 분의 멘토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렇게 알게 된 즉문즉설! 깨장을 다녀오고 바라지를 하고 이어서 백일출가를 하게 되었다. 지금도 자랑스러운 백일출가 20기에 내 이름을 올렸다.


 5살 때 아버지에게 크게 손찌검을 받고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는 나는, 이미 그때부터 마음의 문을 걸어 잠갔다. 늘 꾸지람과 감시와 부정적인 언사만을 주시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너무 싫었다. 6살 때 집 앞에 아버지의 차가 주차되어 있으면 크게 한숨을 내쉬던 모습이 아직도 그려진다.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늦은 시간까지 동네꼬마들은 이미 떠나고 없는 텅 빈 운동장을 헤매고 다니던 유년시절.... 늘 술만 드시다 호통을 치며 나를 때리던 학창시절의 기억들.... 중고교 시절은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다. 수십 수백 명의 아버지가 나에게 공격을 해대었고 난 그들과 싸우며 암흑 같은 학창시절을 보냈었다. 같은 반 급우, 선생님, 부모님 모두가 적이었다. 대학생활은 진한 연애로 보냈었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 뒤에는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이 컸기에 여자 친구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해야 했고 천사 같은 그녀도 결국 지쳐 이별을 선언했다. 근근이 졸업을 하고 들어간 직장. 나에겐 꿈이 있었고 자신도 있었다. 아..... 하지만..... 또 다시 마주친 수많은 아버지들.......심지어 나의 동기마저도 편안히 볼 수 없고 의심과 경계로 봐야 했다. 이 모든 것들은 내 인생을 불행하게 했고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방황하게 만들었다. 직장에 사표를 쓰고 문경정토수련원에서의 백일출가 지원은 잘 살아보고자 하는 나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만 배의 관문은 힘들었지만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나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오만가지 기억들이 올라왔다. 급기야 눈물도 났다. 이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나에 대한 원망과 실망의 눈물이었다. “그래 이곳에서 죽어도 좋으니 한 번 갈 때까지 가보자” 그렇게 백일출가를 시작했다. 백일동안 매일 부모님에 대한 참회 기도를 했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참회기도를.... 순간순간 내가 왜 아버지에게 참회해야 하는지 분노가 올라왔다. 하지만 그냥 했다. 분노나 원망이나 화가 올라와도 하고 미안함이 올라와도 그냥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탁하고 내 머릿속을 스치는 무엇이 있었다. 내 인생이 왜 그 동안 그토록 불행했는지 비로소 설명이 가능했다. 그 이유를 찾은 것이다. 이 세상에 부모를 미워하고 원망하며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은 “복은 짓지 않고 복 달라고 조르는 중생의 어리석음”과 같은 것이었다. 아... 어찌 아버지를 미워하며 내가 행복해지기를 바랐던 것일까... 일이 잘 풀리기를 기대했던 것일까...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인 것을.... 백일출가 때의 참회정진과 저녁마다 듣는 법문, 꾸준히 마음 챙기기를 통해 비로소 그 이치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깨장에서의 감동과는 또 다른 환희였다. 나를 낳아 주고 길러준 사람을 원망하면 할수록 내 존재의 자긍심은 떨어지고 그들을 존경하면 할수록 긍지는 올라가서 웬만한 비난이나 오해를 받아도 능히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됨을 체험했다. 백일출가의 모든 프로그램에 불평하지 않고 “네 알겠습니다.”하고 참여한 공덕이었다. 내 인생의 커다란 의문부호가 풀렸다. 더 넉넉해진 마음과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세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그 이치를 깨달은 것에 불과하다. 내 머리는 알지만 가슴은 아직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백일출가를 하며 마음 공부하는 방법을 익혔으니 속세에서 그 방법을 참고삼아 수행정진 해야 할 몫이다.

 

 회향하고 속세생활을 하며 아직도 또 다른 아버지들과 부딪힐 때가 있다. 하지만 난 달라졌다. 순간 사로잡혔다가 다시 돌이킨다. 이것이 달라졌다. “아 내가 사로잡혀 잘 못 보았구나.... 내가 어리석었구나...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돌이켜 진다는 것이다. 이 돌이킴이 참회고 이것은 내 인생을 긍정적인 곳으로 이끈다. 집에서 매일 마주치는 아버지가 낯설지 않다. 오히려 아버지가 안쓰럽다. 퇴직 하시고 다 커버린 자식들과 대화법도 모르시고 어머니도 관심 가져 주지 않으니 외로우시겠다... 어렸을 때부터 성격차이가 심한 어머니, 자신을 미워하는 큰 아들, 관심도 없는 딸내미와 함께 이렇게 살아주신 아버지가 고맙다. 당신은 당시에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나라면 그런 집에 매일 들어가고 싶었을까? 늘 술에 취해 들어오시던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어머니와 그렇게 맞지 않아 싸우시며 우리 남매 버리지 않고 이혼하지 않고 끝까지 가정을 지켜주신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머니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저에게 그 어떤 말을 하시든 그 어떤 행동을 하시든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고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지금도 거실에서 술잔을 기울인 후 야구중계를 켜두시고 주무시는 아버지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네기가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따뜻한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조용히 이불을 덮어 드린다.

 

이 모든 것이 불과 1년도 안되어 생긴 과정이다. 설마 내가 이렇게 변화 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겨우 회향한지 6개월 밖에 안 되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직장에서 정규직 제의를 하신다. 난 그냥 백일출가 때 하던 대로 일했을 뿐인데 회사 분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이쪽 분야의 경력도 전무한 나를 뽑아주신다. 백일출가의 공덕이리라.... 이렇게 실생활에서도 이득(?)을 본다. 백일출가 때 애먹이던 저를 잘 보듬어 주신 스님, 법사님들, 그리고 법우님들에게 모두 마음을 담아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고난은 언제든 닥쳐올 것이다. 인생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니 가끔씩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난 나를 믿는다. 그동안 배운 수행정진을 벗 삼아 꾸준히 정토회와 함께 정토세상을 일구는데 이바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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