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출가] 살던 대로 살지 않겠어!_24기 허유진

백일출가 | 2017.02.26 15:19 | 조회 412

살던 대로 살지 않겠어!

허유진_ 24기 백일출가


  

  전통방식으로 청국장을 만들며 (오른쪽 필자)           

 공동체 생활 안 맞잖아

예전의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단박에 이 말부터 했다나는 완전 안 맞지!’하고 맞장구치며 웃었다.자타가 인정하던 도시형 인간인 나는 개인주의적인 삶이 아주 깊이 배여 있던 사람이었다웬만하면 사람들과 얽히지 않는 것이 편하다 여겼고원하는 걸 그때마다 얻을 수 있는 도시의 편리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여기며 살았다쓰고 버리는 삶은 나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웠다사회에서의 인간관계는 이해타산으로 얽혀 있었으며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도태된다 생각했다그래서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친한 친구들과도 과제를 공유하지 않았고 SNS에 즐거운 척행복한 척 사진을 올리며 행복까지 경쟁했다.

그랬던 내가 이곳 수련원에서 도반들과 함께 땀 흘리고 농사를 지으며함께 뭔가를 만들어 가는 기쁨에 흠뻑 빠져 있다한 사람 한 사람 작은 힘들이 모여밭이 일구어지고 채소가 자라고 수확이 되고 밥상 위에 올라온다나 하나만 잘해서나 하나만 잘나서 되는 일이 아니다그러기에 함께하는 이들이 감사하고 든든하다.

이곳에서 나는 경쟁이 아니라함께 알아가고 함께 만들어가는진짜 사는 법을 배우고 있는 듯하다.평소 먹던 양보다 더 많은 양의 밥을 먹고도 일을 하고 나면 금방 허기지는 걸 보면서 몇 시간 동안 러닝머신 위에서 뛰던 내가 얼마나 모순된 삶을 살았는지 반성이 된다자연에서 얻은 에너지를 자연으로 그대로 돌려주는 자연스러운 삶정말 ’ 사는 것이 무엇인가 배워가고 있다.

 

이 시대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바깥에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다먹고 싶으면 먹고자고 싶으면 자고어디론가 가고 싶으면 훌쩍 떠났다그런데 늘 뒤처질까 불안했고 두려웠다그럴 때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이 남들처럼 더 가지려고 더 잘나려고 아등바등했다행복을 내일로다음으로 미루기에 급급했고,언젠가는 더 행복해질 거라고 되뇌었다그 안에서 불안해하는 나는 철저히 외면했다그러다 알게 됐다이런 시대에도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덜 가지고도덜 쓰고도이기지 않아도 행복한 삶주워 담으려는 것을 멈추고 함께하는 마음을 내니 불안함은 사라진다평온함과 행복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똑같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면

백일출가를 마치고 지난해 9월에 3년 과정의 행자대학원에 입학했다지금까지 살아왔던 남들보다 더!”라는 가치관의 모순을 여실히 보았기에 더 이상 예전처럼 어리석게 살지 않겠노라 결심했다출가를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어차피 살아가면서 똑같이 쓸 에너지를 올바른 곳에 잘 쓰면 좋을 것 같았다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안다여러 어려움이 밀려오겠지만 염주를 한 알한 알 돌리듯 그냥 한 발한 발 가볼 생각이다내게 있어 출가란 내가 살던 방식으로 더 이상 살지 않겠다는 것내가 선택한 길을 믿고 가보겠다는 것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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