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출가] 나는 출가 수행자다 _ 24기 서은실

백일출가 | 2017.02.26 15:21 | 조회 390

나는 출가수행자다

서은실_24기 백일출가

                       



만족스런 직장생활 속에서 공허함을 보다

나는 화장품 회사에서 연구원과 마케터로 7년 일했다화장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일이 좋았다화장품을 선물하면 남녀노소 할 것이 없이 누구나 좋아하고받으면 행복해한다사람들은 자신을 가꾸면서 행복감을 느끼는구나화장품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구나라는 생각에 일이 재미있었다회사에서 일의 성과는 물론이고 인간관계도 좋았다퇴근 후에는 회사 친구와 백화점에서 쇼핑하고주말에는 친구들과 영화를 보거나 카페나 맛집으로 드라이브 가고휴가 때마다 외국으로 여행을 다녔다사회적 책임을 위해 국제 구호단체에 기부하며 정치·사회 문제에도 관심 갖고 이 시대 소시민으로 아무런 걸림 없이 잘 살았다.

 

그런데 늘 마음 한켠이 찝찝하고 허전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어떤 삶이 잘 사는 건가궁금했고내 삶이 뭔가 의미 있는 것들로 채워지고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길 바랐다그래서 더 열심히 살았다퇴근 후에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운동하고외국어도 배우고취미생활을 하며 자기계발에 몰두했다그러나 끊임없이 뭔가를 하며 바쁘게 사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이게 무엇이지하는 물음표가 계속 떠다녔다.

 

 

 

 

두번째줄 오른쪽에서 4번째 필자 

 

출가수행자로서의 길을 선택하다

2012년 2월에 친구 페이스북에서 평화재단 청년리더십 아카데미를 알게 되었다이 인연으로 평화재단에서 자원 활동을 하고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다정토회에서 만난 활동가들을 보면서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그리고는 2014년 9월에 내가 원하는 진짜 삶을 살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새로운 출발 전에 백일출가를 경험하면서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출가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다만 정토회의 수련프로그램 중 하나를 체험해본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백일출가를 했다.

 

그동안 내가 잘나서 잘 사는 줄 알았다그런데 백일출가를 하면서특히 일체의 장’ 수련을 하는 동안내가 이렇게 생겨나서 살아가고 있음은 내 주변 모든 것들의 도움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처음에는 감사의 눈물을나중에는 이런 나를 받아주고 챙겨주고 키워준 이 세상과 가족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작년 9월 행자대학원 12기로 입재해서 행자가 되었다출가해서 절에 사는 내가 너무 낯설고, ‘행자라고 불리는 게 어색하기만 했다공동체 생활이 나에게 도움 되는 것임은 분명했지만함께 생활하면서 귀찮은 일들도 있었다가령 휴지 아껴 써라물품 정리 정돈해라,물건을 바로 놓아라시간을 지켜라소통해라라는 규칙에 동의하면서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생각과 고집이 올라올 때가 있다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 세상에 잘 쓰이겠다고 다짐하며 부처님 전에 출가의 삼배를 올린 것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내 습관대로내 마음대로 하려는 것이 보인다.

 

그래도 절에 살고 있는 공덕인지조금씩 변하는 내가 보인다점차 방긋 웃으며 ’ 하고 규칙을 따를 때가 늘었고누가 시켜서 하던 것들을 이제는 스스로 한다이번 주 기도 소임은 새벽 종송이다.새벽 4시 천지만물을 깨우는 도량석에 이어 아미타 부처님처럼 일체 중생이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며 종을 울린다종송자는 종송 전에 새벽예불 방석을 깐다방석 하나 깔면서도 내 방식내 생각을 고집한다그런데 방석을 깔면서 생각했다이 방석엔 누가 앉을까이 자리에 앉을 사람은 그냥 사람이 아니고누군가의 소중한 딸이고친구고손녀고누나고언니고고모일 거라고 생각하니 아모두 소중한 사람이구나내 생각과 고집에 빠져 내가 그것을 몰랐구나 싶었다소중한 사람이 앉을 방석이니 대충 할 수는 없었다정성을 다해 반듯하게 방석을 깔았다내 마음이 맑아지고 편안해졌다그래서 방석을 반듯하게 깔라는 거였구나!

 

공동체 살이에서는 이런저런 소임들이 주어진다내가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참 많다세상일도 마찬가지로 내 짧은 지식과 경험으로 그 모든 것을 알 수가 없다누군가의 도움과 힘경험이 필요하다내가 옳다는 고집을 내려놓고 그들의 얘기를 잘 들어야겠구나소임 맡은 내가 아닌같이 일하는 사람그것을 사용할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도리구나그래서 나라는 생각내 것이라는 생각고집을 놓으라는 거구나법복 입고목탁 치고 절에 사는 것이 출가수행자가 아니라내 생각을 탁 놓는 것이게 출가구나그러고 보니 출가참 가볍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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