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출가] 아버지 덕분에 내가 있습니다 _ 25기 성은영

백일출가 | 2017.02.26 15:24 | 조회 344

아버지 덕분에 내가 있습니다

성은영 _ 25기 백일출가

 


백일출가중 고추 수확 중인 필자

 부모님 내려놓기

그렇게 2015년 6월 여름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 배를 마주했다입방 목적은 아버지로부터 감정적그리고 모든 것들로부터의 독립이라 했다삼일 동안의 만 배가 끝나고 법사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 그 목적은 이미 달성되어 있었다.

나는 이미 부모님 두 분으로부터 독립된 존재였고다만 두 분을 내가 쥐고 놓지 않았기에 독립하고 잇지 않다.”는 것이다.

어머니 핑계아버지 핑계이래서 난 불행하고그렇기에 난 앞으로도 불행할 것이라며본능적으로 부모님을 쥐고 있었다마치 내 인생의 선택권을 부모님에게 모두 넘긴 척하며 책임 회피를 하고 있는 아이와 같았다.

아버지를 무시하고 부정하면서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물론 나 자신 또한 평가절하하며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인정받으려 부단히 애쓰며 100일을 지내왔다아버지를 보는 시선이 곧 나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었고세상을 마주하는 모습이었다.부모님에 대한 참회를 거듭하며 나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라는 상에서 벗어나 평범한 50대 남성과 여성으로서 부모님 또한 나와 똑같은 한 사람이고부족할 수 있으며힘들고 고통스러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분 역시 주어진 삶에 있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고끝없는 사랑과 애정으로 나를 키우고 살펴주셨다는 것을 처음으로 가슴 깊이 느꼈다부모님을 내 양 어깨에 모시고 평생을 살아가도 모자라다고부모님의 은혜를 모르는 것은 천지의 은혜 또한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라는데두 분에게 받은 것은 고스란히 잊어버린 채 내 자신이 힘들고 불행하다고 느꼈던 기억만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었다그 행복과 불행조차도 내가 결정지은 것들인데.

아버지에게 죄송스럽고 또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었다그렇게 100일 동안 부모님을 점점 내려놓는 연습을 해나갔다아버지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나를 아끼고사랑하고내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셨던 분이었다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마음은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단지 변한 건 그 마음을 마주하는 내 마음이었다아버지의 삶으로 인해 내 인생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그것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결정하는 것이다다만 나 자신은 그 누구의 인생도 아닌,내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오롯이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백일출가 회향식 (묘수법사님과 함께)

아빠잘 가!

회향 후 마음은 전보다 잔잔하고 편안했다아버지를 마주하는 내 모습도나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도 가벼워졌다이내 어려움이 다가왔다다시 시작된 도박으로 아버지는 자살기도를 하고 힘들어했다하지만 가족들은 아버지와 함께 아파하고 일어서려 했다아버지도 열심히 노력했다그리고 평범하고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두 달 전 즈음퇴근길 인도에 서 계시던 아버지 앞으로 졸음운전자가 교통사로를 냈다그렇게 아버지를 갑작스레 보내드리게 되었다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가슴이 답답해 죽을 것 같기도 하다하지만 다행히도 지금의 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고아버지의 뜻에 따라 행복한 삶을 살아가며 베풀 수 있따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불법에 연을 닿을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공덕이었다지금 내 모습 그대로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인지아버지를 통해 배웠다아버지는 몸소 나에게 그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내 자신이 귀한 만큼 다른 사람도 귀하게 대접하며 베풀며 살아가라 했던 아버지이제는 더 이상 힘들거나 외로워하지 않고 하늘에서 더 행복하 거라 믿으며 아빠잘 가!”하고 인사드린다.

부모님 은혜 감사합니다잘 살겠습니다제 갈 길 가겠습니다진실한 불자가 되겠습니다베풀며 살고다른 사람의 의지처가 되겠습니다.’

백일출가 때 받은 기도문은 내 인생의 지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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