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월간정토 3월호] 나는 출가수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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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일출가 | 2017.02.16 16:07 | 조회 231

    나는 출가수행자다


    행자대학원 12기  

     서은실

     

     나는 화장품회사에서 연구원과 마케터로 7년 정도 일했었다. 화장품을 참 좋아했다. 화장품을 선물하면 남녀노소 할 것이 없이 누구나 좋아하고, 받으면 행복해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가꾸면서 행복감을 느끼는구나, 화장품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구나 생각했다. 그런 멋진 화장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일이 좋았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제품과 브랜드를 만들려고 노력했고, 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멋지게 옷을 입히는 일이 재미있었다.

     

     회사도 참 좋았고, 일의 성과도 잘 냈었고, 인간관계도 좋았다. 퇴근 후에는 회사 친구와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주말에 친구들과 영화보고 까페나 맛집으로 드라이브가고, 휴가 때마다 외국으로 여행도 다녔다. 사회적 책임을 위해 국제 구호 단체에 기부도, 정치 사회문제에도 관심 갖고 시사지 하나 정도는 읽으며, 이 시대 소시민으로 아무런 걸림없이 대체로 행복하게 잘 살았었다.

     

     그런데 마음 한쪽이 좀 찝찝하고 허전하고 이상했다. 회사 일하면서, 쇼핑하면서, 여행하면서도 내가 거품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거품이 자꾸만 커져갔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그 거품을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뭐가 잘 사는건가? 궁금했고, 내 삶이 뭔가 의미 있는 것들고 채워지길,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길 갈구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다. 퇴근 후에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며 운동도 다니고, 외국어도 배우고, 요리 같은 취미생활로 자기개발에 몰두했다. 하지만 뭔가를 끊임없이 하면서 바쁘게는 살고 있는데, 계속 채워지지는 않고, 소비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뭔가? 물음표가 계속 떠다녔다. 다들 괜찮다고는 하는데, 나는 안 괜찮았다.

     

     20122, 친구 페이스북에서 평화재단 청년리더십아카데미를 알게 되었다. 강의 중에 내 생각이 어디에서 왔나?’ 라는 질문을 받았다. 자동반사로 내 생각이 내 생각이지!’ 했다. ? 대답하고 보니 찝찝하고 이상하다. 다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남들 좋다하는 회사를 다녀야하고, 남들 보기 좋은 옷, 가방, 신발로 치장했다. 더 잘나보이도록 경쟁하고 성과를 내야했다. 생각없이 누군가가 만들어 준 것을 믿고 바라보고 쫒았던 것이다. 이 인연으로 평화재단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다. 정토회에서 만난 여러 할동가를 보면서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 그리고는 20149, 내가 생각하는 진짜 삶을 살기로 했고 회사를 그만뒀다. 새로운 출발 전에 백일출가를 경험하면서 마음을 다 잡으려했다. 출가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다만 정토회의 수련프로그램 중 하나를 체험해본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백일출가를 했다.

     

     그런데 여기 반전. 어마어마한 깨우침이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내가 잘나서 잘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백일출가 생활을 하면서 특히 일체의 장 수련을 하는 동안, 내가 이렇게 생겨나서 살아가고 있음은 내 주변 모든 것들의 도움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감사의 눈물이, 나중에는 이런 나를 받아주고 챙겨주고 키워준 이 세상과 가족,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엄마 아빠 몸속의 작은 세포하나였던 내가 생겨나서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났다. 한명의 독립적인 인간으로써,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그 중 몇 가지는 비교적 잘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나는 내 잘난 값에 그냥 다 된 줄 알았고 그 은혜를 몰랐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다인 줄 알았다. 뭘 모르는지도 모르면서 교만하게 살았던 거다. 바보. 참 어리석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공부 더 해야겠다. 그래서 나는 출가했다.

    작년 9월 행자대학원 12기로 입재했고, 행자가 되었다. 출가해서 절에 사는 내가 나 스스로 너무 낯설고, 행자라고 불리는 게 어색하기만 했다. 공동체 생활이 나에게 다 도움되는 것이고 좋다는 것은 알겠는데, 내가 직접하려니 귀찮은 일들이 많았다. , 휴지 아껴써라, 물품 정리 정돈해라, 물건을 바로 놓아라. 시간을 지켜라. 소통해라다 맞는 말이다. 동의한다. 근데 나는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 내 생각과 고집이 올라온다. , 피곤한데 뭐 굳이 이런거까지 해야하나? 내 몸 편한대로 하고 싶었다.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 세상에 잘 쓰이겠다 다짐하며 부처님 전에 출가의 삼배를 올린 것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내 습관대로,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나하나 어떻게 못하는 내가 세상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순덩어리인 내가 보인다. 참 웃긴다. 그래도 절에 살고 있는 공덕인지, 조금씩 변하는 내가 보인다. 그런 규칙들을 방긋 웃으며 하고 하는 것이 많아졌고, 누가 시켜서 하던 것들을 이제는 내가 스스로 하려고 한다.

     

    이번 주 기도 소임을 새벽종송이다. 새벽 4시 천지만물을 깨우는 도량석에 이어 아미타 부처님처럼 일체중생이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며 종을 울린다 종송자는 종송 전에 새벽예불 방석을 깐다. 소임으로 까는 방석, 방석하나 깔면서도 내 방식, 생각을 고집한다. 그런데 방석을 깔면서 생각했다. 이 방석엔 누가 앉을까? 이 자리에 앉을 사람은 그냥 사람이 아니고,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고, 친구고, 손녀고, 누나고, 언니고, 고모일꺼다. 나 처럼말이다. ~ 그냥 사람은 하나도 없구나, 다 소중한 사람이구나. 내 생각과 고집에 빠져 내가 그것을 몰랐구나. 소중한 사람이 앉을 방석이니 대충 할 수는 없다. 정성을 다해 반듯하게 방석을 깔았다. 내 마음이 맑아지고 편안해진다. 내가 잘쓰여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그래서 방석을 반듯하게 깔라는 거였구나!


    (필자는 두번 째줄 오른쪽에서 4번째)

     

     공동체살이를 하면서 이런저런 소임들이 주어진다. 내가 안 해본 일들을 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참 많다. 세상일도 마찬가지 내가 모르는 일들이 수없이 많아 내 짧은 지식과 경험으로 절대 알 수가 없다. 당연히 나혼자 생각과 판단으로는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누군가의 도움과 힘, 경험이 필요하다. 고집부리지 말고 그들의 얘기를 잘 들어야겠구나. 소임하는 내가 아닌, 같이 일하는 사람, 사용할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도리구나. ~ 그래서 나라는 생각, 내 것이라는 생각, 고집을 놓으라는 거구나! 법복입고, 목탁치고 절에 사는 것이 출가수행자가 아니라. 내 생각을 탁 놓는 것, 이게 출가구나. 그러고 보니 출가, 참 가볍고 좋고 어렵지 않은 것 같다. 행자대학원 2학기를 시작하려는 지금, 이제는 조금 내게 붙은 출가수행자라는 말이 덜 어색하다. 언젠가는 이 말이 나랑 딱 어울릴 때가 올 것이라는 희망도 생긴다.

     

     문경의 보름날밤 달빛은 참 환하고 밝아서 손전등 없이도 길이 보인다. 도시에서는 전깃불이 달빛을 가리고, 에어컨이 추위와 더위를 가리고, 화장품이 얼굴을 가리고, 하이힐이 키를 가렸다. 그것들이 나를 가렸고, 가려진 내가 나인 줄 알았다. 문경 산중턱에 살고 있지만, 그런 습관이 아직도 단단히 남아 나를 가리고 있는 게 뭔지도 모르고 있다. 유수스님께서 행자님은 아직 세속의 끈을 못 놓은 것 같다라고 하셨었다.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고, 친구, 취미생활, 명품가방 다 놓고 들어왔는데 세속의 끈을 잡고 있다니! 스님 말씀이 이해가 안됐다. 근데 이제 그 말씀을 좀 알겠다. 명품가방을 가지려 했던 그 세속의 마음, 나에게 그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다. 크게 노력하지도 않으면서도 좋은 성과를 빨리 내서 짜잔 하고 내보이고 싶은 마음,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독특한 것을 갖고 싶은 마음, 가졌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 이런 것이 마음 공부하면서도 보인다.

     

     JTS 거리 모금을 가서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세요라고 말하지만, 내 모금함에 성금이 얼마나 모였는지 성과를 따진다.

    부처님은 12살 때 농경제에 가면서부터 사색하고 고민하다가 6년이나 극심한 고행을 하시고 마침내 35세에 성도하셨는데, 나는 절에 살며 마음 공부한지 1년도 안됐으면서, 당장이라도 부처님처럼 되고 싶어 욕심내고, 그렇게 안되는 나를 시비한다. 전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생각이 어디에서 왔는지 인식하지도 못하고 살았다. 이제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것에 화를 내고 성질을 내는지 살짝 살짝 보이기 시작했다. 내안의 요구와 바람이 엄청 많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이것이 한 번에 쉽게 바뀌지 않겠다는 것도 인정이 된다.

     

    내 인생의 롤모델, 부처님이 언젠가는 되겠지, 아니 꼭 될 것이다.

    다만 이제 시작했으니, 법사님 말씀처럼 조급해하지말고, 욕심내지 말고, 꾸준히 해야겠다.

    빨리 할 거야~’ 라는 내 습관을 내려놓고!

    나는 출가수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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