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월간정토 4월호] 세 번의 만배
  •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 백일출가 | 2017.02.17 16:27 | 조회 264

     

    세 번의 만배

     

     


    백일출가 22기 이종우

     

     공동체에 들어오기 전엔 나는 늘 답답했다. 인생이 꽉 막혀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했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친구 만나고, TV 보는 것을 반복했다. 이렇게 결혼하고, 남들처럼 아이 낳아 기르고, 그렇게 살다가 늙고 죽을 테지? 도대체 나는 왜 태어났고 이렇게 살아가는 이유는 뭐지? 뭔가 지금 이대로라면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요리학원에 등록해 요리를 배워보기도 하고 암벽타기, 사진 찍기 등 새로운 취미 활동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원하는 차, 명품 옷, 명품 지갑 등 물질적인 소비에도 집중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법륜 스님을 만났고, 즉문즉설을 들으면서 마음 한 켠에 한 줄기 광명이 비추는 것 같은 희망을 느꼈다. 질문자의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해주시는 스님, 가슴이 펑 뚫리듯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을 스님은 알고 계신 듯했다. 그러던 중, 즉문즉설 중에 깨달음의 장을 알게 되었고 1년 동안 매월 1일 인터넷에서 깨달음의 장을 신청했지만 매번 마감. 도전 1년 만에 깨달음의 장을 다녀 올 수 있었다. 나를 괴롭게 했던 것들이 사실 괴로워할 이유가 없는 것임을 알게 되면서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후 바로 백일출가를 신청했다. 7년 동안 다니던 직장도 미련 없이 그만두었다. 삶이 무엇인지, 참 행복이 무엇인지, 참 자유가 무엇인지, 좀 더 알고 싶었다.

     그렇게 22기 백일출가에 입재를 하였다. 그리고 나의 첫 만 배가 시작되었다. 만 배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다리가 무지 아팠고, 그렇게 원해서 왔는데 다리 좀 아프다고 온 것을 후회하던 내 모습이 좀 우스웠다. 어쨌든지 만 배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겨우겨우 했던 기억이 난다.

    백일출가 동안 빡빡한 일정에 따라 움직이면서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늘 편안했던 것 같다. 더 가지려 했던 생각과 내가 남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 손해 안 보려는 이기적인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생활해봄으로써 마음이 편안해짐을 경험하게 되었다. ‘많이 가져야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가지려는 생각이 없을 때 편하구나. ‘일을 안 해야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일에 집중할 때 잡생각이 없어져 오히려 편하다는 것을 체험하였다.

    이렇게 조금씩 어떻게 살아야할지 관점이 생겼지만 생각만큼 실천은 잘 되질 않았다. 예전의 습관대로, 일에 집중하기보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따지느라 생각에 빠져있기 일쑤였고, 공양시간에는 남들보다 후식을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눈을 굴리느라 입 안의 음식은 무슨 맛인지도 몰랐다. 참 깨어있기가 쉽지 않구나. 안다고 바로 되는 것은 아니구나. 연습이 필요하구나. 그래서 백일출가에서의 배움을 더 체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행자대학원에 진학하였다.

     


    (맨아랫줄 왼쪽에서 네번째)


     

     3년 안에 꼭 깨달음을 얻으리라 다짐을 하고 그렇게 행자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다. 문경에서 1년을 보내고 서울로 이동해 2학년 1학기를 시작했다. 평화재단에서 NGO활동을 하는데 서울은 문경보다 유혹이 많았고, 그에 따라 마음도 많이 출렁거렸다. 어느 날, 행사를 진행하던 중 한 도반과 부딪히면서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그대로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로 직행, 대구 집으로 가버렸다. 버스 안에서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여기 아니면 수행 할 곳이 없나? 일과 수행? 이렇게 일만 하면서 어떻게 수행을 하나?’ 온갖 가지 생각들로, 그만 두는 내 행동을 합리화 하려고 애썼지만, 더 나를 괴롭힌 건, 그만한 일로 삐져서 집을 향하고 있는 내 보잘것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거룩한 수행자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라는 게 정말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집으로 가서 무단 외박을 하게 되고, 나는 그 날 바로 행자규칙 위반으로 행자대학원에서 재적을 당하게 되었다.

     

     집에 도착하고 보니, 이 때 마음이 참 묘했다. 화가 나는 그 상황으로부터 벗어났지만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비겁하게 도망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상황으로부터 도망친 게 아니라, 나는 보기 싫은 내 모습으로부터 도망친 거였다. 하지만 그건 몸이 도망을 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숨으려고 해도 숨을 수가 없는 거였다. 그래서 다음날 다시 문경으로 돌아왔다. 법사님과 상의를 하고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3일 동안 만 배를 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만 배가 시작되었다.

     만 배를 하면서 좀처럼 절에 집중 할 수가 없었다. 끝없는 후회가 밀려왔다. 또 한편으로는 나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 미래에 대한 번뇌도 이어졌다. 절을 해서 규칙을 어겼던 죄를 면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무릎이 아파서 하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지금 하는 일에 집중 하자다독이며 한배 한배를 했고 그렇게 한배 한배가 모여 만 배가 되었다. 절을 마치고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것에 오롯이 집중한다면 매 순간 선택만 있을 뿐, 후회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로잡혀서 무작정 집으로 가고, 무거운 마음을 덜고자 만 배는 했지만 그렇게 회향을 하고 나와 보니 밖에서의 생활은 내 생각과 달랐다. 예전처럼 생활이 게을러지고, 정진보다 욕구 충족의 삶으로 바로 돌아가는 내 모습도 당황스러웠다. 또 아무리 이 단체, 저 단체를 기웃거려 봐도 정토회같은 곳을 만나기 힘들었다. 평화, 통일, 환경, 복지 모든 부분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나와 남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뛰는 이상적인 곳. 내가 애초에 가졌던 고민, 다람쥐 쳇바퀴처럼 소모하며 살지 않으리라는 다짐. ‘욕구를 충족하는 삶이 진정 나를 행복한 삶으로 이끌지 않는다.’란 깨달음. 분명해졌다. 1년 넘게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스님, 법사님, 도반들에게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이 밖에서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공동체를 떠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들과 함께, 같은 방향을 보며, 나도 걸어가고 싶다. 나는 다시 재입재를 결심했다.

     재입재를 준비를 하려고 서울과 대구에서 짐정리하고 문경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저녁 930분 무척 피곤한 상태였다. 수련 사무실에 들러 복귀를 알리는데 49일 문경 살이 하시는 분이 아직 만 배 중인데, 절이 많이 남았다고 목탁바라지를 해달란다. 피곤해서 하기 싫은 마음이 들었지만, 부탁을 뿌리치기 어려웠고 49일 동안 문경에서 함께 수행하실 분과 정토회와의 인연을 생각해서 목탁을 쳐드리기로 했다. 절은 900여배 남았고 목탁은 밤 1230분까지 울렸다. 49일 문경 살이 하시는 분이 만 배를 마치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신다. 멋쩍게 웃으며 인사는 했지만 정말 고마운 것은 오히려 나였다. 처음에 하기 싫었던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을 내려놓고 목탁을 치다보니 생각들이 일념이 되고 마음이 차분 해지는 것이 목탁을 치면 칠수록 그에 집중되었다. 그렇게 목탁바라지를 하며 나의 정진을 했던 것이다. 이번 만 배도 이렇게 수행으로 생각하고 만 번의 숙임을 통해 나를 내려놓는 정진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27기 백일출가 생들과 함께 내 생에 세 번째 만 배를 시작했다.

     만 배 첫 날은 다리에 통증이 적었다. 삼천배가 넘어가는데 이상할 만큼 무릎이 안 아프다. 의기양양한 그 순간 바로 힘이 바닥났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연달아 3천배를 해본 건 처음이라 이 상태가 정말 체력이 바닥난 것인지, 또 다른 마장이 온 것 인지 알 수가 없었다. 둘째 날, 유수스님의 백일출가 만 배 격려 말씀을 듣다가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감이 없다.’ 보이는 곳에선 규칙대로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선 마음대로 행동하던 나를 떠올린다. 맞는 것 같다. 나에게 떳떳할 땐 늘 자신감이 넘쳤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건 보이지 않건 생각 하나에도 나 스스로에게 떳떳해야겠구나. 셋째 날 아침, 절을 하다 보니 정말 절을 내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절은 저절로 하고 있었다. 엎드리고 일어서고, 엎드리고 일어서고. 그러다가 통증이 일어나면, 멈출까? 쉴까? 더할까? 이 중 어떤 것을 선택할까? 이런 생각들이 마구 올라왔을 때 이 생각들의 정체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생각들은 일어났다 사라진다.’ 내가 잡지만 않으면. 한 번 절하기 시작하면 밖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 내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든, 어떤 생각이나 마음이 일어나든 절하고 있을 수 있다. 내가 멈추기를 선택하지만 않는다면! 나는 멈추기를 선택하지 않았고 정진을 잘 마쳤다.

     

     만 배가 끝나고 보니 내가 백일출가 행자님들을 포함해서 가장 먼저 만 배를 마쳤다고 한다. 도중에 멈추고 싶은 생각들을 내려놓고 부지런히 절 한배 한배에 집중했을 뿐인데 가슴 가득 뭔가 힘이 생긴 느낌이다. 자신을 이기는 사람을 천하대장부라 했던가? 이번 만 번의 숙임을 통해 나한테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거기 휘말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기른 느낌이다. 앞으로 공동체에서 어떤 일이 주어지든 가볍게 해보려한다. 만 배처럼 한 배 한 배 해나가듯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수정 답변 삭제 목록
    73개(1/4페이지)
    출가이야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다음 글쓰기새로고침
    처음페이지이전 10 페이지1234다음 10 페이지마지막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