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월간정토 8월호]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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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일출가 | 2017.02.24 13:28 | 조회 256

    (뒷줄 왼쪽이 필자 - 행자대학원 8기 졸업식)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

      행자대학원 8기 신예슬

     ‘주변 사람들과도 잘 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 수 있겠냐.’ 더불어 잘 사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훌쩍 떠나온 케냐에서 한 동료에게 들은 말이다. 충격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힘이 넘치던 청춘, 겁 없이 집과 가족을 떠나 먼 길 봉사를 하고자 왔건만 가족 이외에 누군가와 처음으로 생활하는 게 쉽지 않았다. 청소, 설거지 등 소소한 생활에서부터 부딪히기 시작했다. 낯선 환경에서 다른 활동가들도 생활이 불편한 게 당연한데 왜 나를 더 배려해주지 않느냐고 징징댔다. 같이 사는 사람들이 내뜻대로 되지 않으니 화가 나고 그들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그런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또 징징댔다. 지금 생각하니 그들도 참 당황스러웠겠다 싶다. 그러다 보니 일은 진척이 없고 마음은 외롭고 괴로웠다. 같이 일하는 활동가들이 미우니 센터를 떠나 나를 받아줄 아프리카 현지인들을 찾아 마을을 전전하는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곳에 도움이 전혀 되지 못하고 오히려 걸리적거리는 장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니다, 뭔가 잘못되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할지 막막했다. 그렇게 나는 케냐 생활을 접고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체로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와서 취업은 해야겠는데 아프리카에서 일으켰던 미움과 외로움, 괴로움들이 마음 속에 꽉 차있었다. 뭔가 풀어내고 싶은 마음들이 있던 중, 케냐에서 한 활동가가 가지고있던 법륜스님 책이 생각났다. 이리저리 찾아보다 깨달음의 장을 알게 되었고, 깨달음의 장 45일을 통해 처음으로 나의 괴로움의 원인이 타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백일출가를 신청했고, 백일로는 부족하여 3년을 더 마음을 내어 행자대학원에 진학하였다.

     

     6명의 도반과 함께 시작한 행자대학원. 나는 그 6명의 도반을 한명씩 돌아가며 고치려는데 온 힘을 쏟았다. 느리면 느리다고, 빠르면 빠르다고, 이렇게 해야지 왜 그렇게 해, 인정해 니가 잘못 했다고,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문제제기를 했다. 내 요구를 들이밀고 내 요구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성질을 부렸다. 그들의 생김 그대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지 못하고 그러면서 정작 나를 이해해달라, 나를 받아달라고 떼를 썼다. 지금 생각해보면 케냐에서의 동료들과의 관계와 행자대학원에서의 도반들과의 관계가 비슷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가 행동해 주기를 늘 바라고 떼쓰고 원하는대로 안되면 미워하고 독한 말들을 쏟아냈다.

     

     도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둘씩 회향을 했다. 인도에서 마지막 도반이 회향하던 날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펑펑 울었다. 내 성질이, 내 못 봐주는 마음이 그들을 다 쫓았다고 생각했다. 도반들이 다 떠났구나 생각하니 서러웠다. 일상을 지내다가도 도반들이 떠났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콕콕 아팠다. 그러던 중 보광법사님과 차담을 하게 되었다.

     

    사람이 상처 받을 수 있습니까?”

    .”

    사람이 상처 받을 수 있습니까?”

    ...”

    사람이 상처 줄 수 있습니까?”

    “...”

     좀 혼란스러웠다. 내가 상처를 줬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그들이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구나. 법사님의 넌 참 오만하다. 네가 다른 이의 마음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는 말씀에 아이고. 내가 놓치고 있구나!’ 알 수 있었다. 입으로는 도반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후회와 그리움, 자책으로 내 생각에만 빠져있었지 내 도반들이 내린 선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도반들은 그들 나름의 최선의 선택을 했고 최선의 삶을 살고 있었다. 지금도 그러할 것이다.

     

     졸업을 앞두니, “어떻게 혼자 3년을 공부했어요? 힘들지 않았어요?” 라는 질문들을 주변에서 자주 받는다. 도반들은 회향을 했지만 함께했던 부딪힘과 탁마를 통해 공부했던 것들. 그리고 스승님께 지도 받았던 가르침들이 내 안에 켜켜이 쌓여있다. 나는 신예슬 개인이 아니라 도반들이 만들어준 행자대학원 8기 신예슬이다. 그러면서도 사실 혼자 어떻게 했냐는 질문을 받으면 민망하기도 하고 눈시울이 촉촉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졸업식 때 지도법사님께서 하셨던 말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명이라도 얼마나 관점을 잘 잡고 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씀에 눈물이 싹 가셨다.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 결국 혼자 가는 것이다. 가르침에 따라 바른길로 뚜벅뚜벅.

     

     나는 여전히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꾼다.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한 정토세상! 여전히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놓치고 성질을 내지만, ‘아이고 내가 습관대로 했네.’ 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이 생겼다. “작년보다 나아지면 된다. 핵심은 꾸~~~~히 정진하는 것이다.”라는 지도법사님 말씀이 떠오른다. 수행자는 절대 넘어지지 않는 완벽한 사람이라 착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넘어지면 다만 지금 여기에서 다시 또 해보면 된다! 나는 예전에 케냐에서 징징대던 신예슬이 더 이상 아니다. 어떻게 할지 몰라 헤매던 내가 아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세상을 향해 꾸준히 나아갈 것이다. 될 때까지!

    (인도 현지 스태프들과)

    (맨 오른쪽이 필자 - 인도 학기 중에 한국인 활동가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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