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월간정토 11월호] 백일출가! 출가하기를 참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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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일출가 | 2017.02.26 15:34 | 조회 280

    (오른쪽이 필자)

     

     

     

     

    어느새, 벌써 100일이 되는 날이 왔다.

    회향 할 쯤엔 어떨까 막연히 상상했었는데

    그게 이렇게 빨리 오늘이 될 줄 몰랐다.

     

    백일 간 출가한 행자로서 그간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입가에 웃음이 먼저 번진다.

     

    힘들기도 했지만 나름 재미있었나 보다.

     

     

     

     

    백일출가! 출가하기를 참 잘했습니다.

     

     

     

    28기 백일출가 박수정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대학교 때 어머니와 우연히 들른 희망강연에서 용기내어 법륜스님께 질문을 했다. 대학생활에서 또래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참이었는데, 스님으로부터 명쾌한 실마리를 얻으면서 마음이 많이 가벼워지면서 정토회에 자연스럽게 기웃거리게 되었다. 청년학교 프로그램, 인도 성지순례 등에도 참가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본격적으로 청년포럼 상근 자원 활동을 시작했다. 평화통일! 세상을 위해 뭔가 해보겠다고 불끈 다짐하고 달려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들고 지쳐갔다. 일은 몰아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계속 부딪히면서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하기 싫은 것들이 점점 쌓여가고 좋아했던 사람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할까? 뭐가 문제일까?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었다. 머리로 평화와 통일은 해야겠는데 뭔가 나 스스로가 발목을 잡는 기분이랄까.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알고 부딪혀 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백 일간 나와 마주하기 위해 백일출가에 입방을 하게 되었다.

    처음 법복을 입고 발우공양을 하고, 어리둥절 뭐가 뭔지 모른 채 후다닥 정신없던 뛰어다니던 시절이 생각난다. 대웅전에서 새벽예불을 끝내고 조용히 자비당으로 가 만배를 시작했던 기억.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고 점점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힘들다고 말할 사람,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몸이 아픈 것보다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게 더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오로지 나만 보고 나만 믿고 간다. 그렇게 스스로 용기주고 다독이며 숙이고 일어나기를 반복 했다. 부처님을 대웅(큰 영웅)이라 하는 이유. 대웅전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법륜스님께 듣고 어떻게든 해내겠다고 다짐했었다. 절하면서 낳아주신 부모님도 생각나고 같이 활동했던 동료들도 생각나고 목탁 치며 관음정근 해주는 바라지와 음식이 되어 내몸의 피와 살이 되어준 곡식과 채소 등 많은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만배를 다했을 때 스스로 뭔가 해낸 그 벅참이 지금도 남아있는 듯하다.

    만배만 마치고 나면 술술 될 줄 알았는데 웬걸 정말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정신없는 소심경 암기에, 발우공양 바라지 교육, ‘하고 한다는 일 수행, 시간 내에 삼시세끼 먹어야 하는 공양시간. 쉬엄쉬엄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끊임없이 쉬엄쉬엄 내 패턴대로 하고 싶은 욕구를 눌러가며 나름 열심히 따라갔다. 돌아보니 나는 백일출가의 모든 것을 클리어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생전 처음 해보는 낫질에 혹여 다칠까 주저하다가도 거뜬히 하고, 밭에서 쪼그려 앉아 풀을 멜 때도 깔끔하게 일사천리로 하고 싶어서 허리 한번 펴지 않고 일하기도 했다.

    일수행을 하다가 가끔 장난도 치고 농담을 주고받을 때면, ‘일 얘기가 아니면 하지 않습니다.’ 또 궁금한 걸 물으면 그런 게 궁금하시군요!’, ‘필요한 얘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답하던 스테프 법우님의 답변에 짜증이 나고, 행자라면 그러면 안 된다고 스스로 규정하는 것들이 쌓이면서 답답함이 커져갔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또 다시 하기 싫은 것들이 쌓여가는 즈음이었다.

     

    나도 하기 싫어! 그래도 해야 해서 하는 거야.

    그러던 두북에서 어느날, 내리쬐는 햇볕 아래 밭일을 하고 있었다. 등이 아파서 바구니를 오른팔에 걸치고 콩잎을 따고 있는데 화광법사님께서 무거운 데 바구니 내려놓고 해하셨다. 그래서 몸이 안 좋아 숙이는 게 불편합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오히려 그러면 더 내려놓고 해야지! 하기 싫은걸 억지로 하니까 몸이 아프지! 얼굴에 하기싫다.’고 쓰여 있다.” 하셨다. 그때 나는 뜨끔했다. 들킨 기분이었다. “맞아요, 그래요.” 그러니 법사님께서 나도 하기 싫어,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어이구 하기 싫어! 표현을 해봐라. 아이고 싫다. 그런데 나도 그렇고 아빠들도 하기 싫은데도 해야 하는 게 있으면 일하고 그래. 내가 하기 싫다고 손 놓고 놔두면 여기 엉망 된다. 근데 일이라는 게 막상 또 하다보면 재밌어! 콩잎이 자라면 이렇게 따서 음식으로 해먹을 수도 있지 않냐. 얼마나 예쁘냐.” 나는 놀랐다. 나는 행자는 하기 싫은 게 없어야 한다.’고 그때까지 생각했다. 실제 내 마음은 귀찮고 하기 싫은데, 그 마음은 꽁꽁 숨긴 채 해야 한다.’는 당위만으로 나 스스로를 옥죄고 있었던 거였다. 입방 전까지 나는 힘든 일, 어려운 일, 더러운 일은 하기 싫으니 가급적으로 안하는 쪽으로 했었고, 백일출가에서는 행자니까 하기 싫은 거 없이 해야 한다 생각했다. 그런데 하기 싫은 게 없어야 된다가 아니라 하기 싫으면 싫은 줄 아는, 내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이 수행이라는 걸 그 때 알았다. 그 때 일어나는 마음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고, 싫은데도 할 수 있고, 좋아도 안할 수 있는 자유. 이거였다. 좋고 싫음에 휘둘리던 내가 가려고 했던 길이.

     

    아버지는 잘 못이 없습니다. 보살입니다.

    아버지는 마땅히 존경할 분이라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여태껏 아버지를 떠올리면 긴장되고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술마시고 늦게 들어와서 욕을 하고 화를 내던 아버지. 못마땅한듯 대들던 딸에게 더욱 화를 쏟아내면 나는 그것들을 상처로 꽁하게 간직하곤 했다. ‘일체의 장에서 보살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어머니 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보살이다.’ 진짜 보살이구나. 받아들여졌다. 아버지는 화를 내면 안되고 반듯하고 친절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내 생각과 요구가,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아버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고 그런 아버지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지내왔던 나의 어리석음에 참회가 되었다. 아버지는 슈퍼맨도 아니고 부처님도 아니다. 그냥 남자사람이었다. 아버지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지치고 힘든 순간도 많았을 텐데 매일같이 일하고 책임져 가정을 꾸리셨다. 포기 않고 도망 가지 않고 이만큼 키워주셨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아버지 딸이어서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눈물이 났다. 뭔가 모를 내 안에 부족함이 채워지고 결여되어있던 느낌이 녹아나는 느낌, 아버지로부터 왠지 모르게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가 욕을 해도, 소리를 쳐도, 그 때처럼 다시 한다고 해도 그것과 상관없이 나는 행복할 수 있다. 내 행복 내가 만들어가는 거니까.

     

    백일출가! 출가 하기를 참 잘했습니다.

    오지 않았더라면 몰랐던 것들을 너무나 많이 알았다. 예상대로,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이 하기 싫은 것, 시키는 것들을 가득 해봤다. 물론 지금도 하기 싫을 때가 있고 하고 늘 흔쾌히 되는 건 아니지만 그 마음들이 자연스럽다는 건 받아들여진다. 그 일들은 내가 생각으로 규정짓는 것보다 못할 일이 아니고 또 할 수 있다.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해볼 수 있다.

    나는 먹고 싶을 때는 먹어야 하고 개구지게 놀고 싶을 때는 놀고 힘들 때면 누군가를 찾던 사람이었다. 내 마음대로 안 되면 짜증이 나고 누군가를 순간 미워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미처 몰라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저 사람, 이런 상황 때문이라고 착각하고 살았지만, 이젠 내가 이런 사람이란 걸 제대로 알고 간다. 백일출가 해서 좋고 부처님 법 알아 좋고 지금 이대로 참 좋다. 자유로운 사람으로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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