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월간정토 12월호] 행자(이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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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일출가 | 2017.02.28 16:50 | 조회 767





     

    : 행복한 삶!

    : 자유로운 사람!! 나는 행자다!!

    이현정 (백일출가 28, 행자대학원 14)

     

     

    백일출가 왜 오게 되었어요?”

    5년 동안 다녔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청년포럼에서 1년 자원봉사를 하면서 지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심심할 틈 없이 포럼 활동하고, 법문 듣고 도반들과 나누기 하며 지냈다. 암만 생각해도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마음은 가볍지 않았다. 가라앉음, 가끔씩 올라오는 억울함, 울컥거림들을 해소하고 싶었다. 이것 해라, 저것해라 하는 상사의 잔소리도 없는데 말이다. 열심히 활동하고 집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공허함이 싫었다. 공허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 나를 더 내몰았다. 피곤하다, 쉬고 싶다, 놀고 싶다는 욕구들을 나는 꼭 붙잡았다. 마치 쉬지 못하고 놀지 못하는 사람인냥.

    활동하는 것도, 집에서 쉬는 것도 이것도 저것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열심히도 해봤고, 쉬기도 해봤는데,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니 뭔가 다시 내 인생을 점검하고 싶고 정리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휴대폰 없이 온전히 쉬고 싶은 생각에 백일출가입방 원서를 냈다. 문경 수련원에 가면 온전히 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연과 함께.

     

    "쉬러 백일출가 왔습니다."

    나의 답변에 쉴 수 있겠어요?’, ‘잘못 왔네. 쉴려고 하는데 여기 왜 왔노?’ 하던 반응들은 만배를 마치자 바로 이해가 되었다. 바로 이어지는 일수행, 정진, 소임, 마음나누기, 학습 시간 등 빽빽한 일정을 따라가기 벅찼다. 만배 다음 부터가 시작이라는 선배들의 말이 실감이 났다. ‘쉬겠다는 생각이 나의 큰 꿈이었음을 확연히 알고 나니, 쉬고 싶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오히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쉬는 거다생각하고, 소임에 집중하면 할수록 신기하게도 피곤함을 덜 느꼈다. 정진 할 때 정진하고, 일할 때는 오롯이 일을 하고 나면 오히려 가뿐함이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참 감사합니다."

    직접 수확한 작물로 직접 조리해서 공양해보니 참 신기했다. 자연은 멀리 있지 않았고 늘 내 가까이 있었는데 모르고 살았다. 양말 한 짝, 속옷까지도 손빨래 하며 생활하니, 자취한지 10여 년 동안 내가 내손으로 빨래하지 않았다는 게 알아차려졌다. 세탁기가 빨래해주었고, 청소기가 청소해 줬으며, 전자렌지나 밥통이 밥을 해주었을 뿐, 내 몸 하나 건사하기 위해서 직접 내 손으로 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루하루 살아감에 대해서, 일상을 산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그저 저절로 살아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밭의 농작물도 그렇고 먹고 입고 자는 이 모든 것이 나혼자, 그리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었다. 이 모든 과정들 속에 다른 이들의 손길이 있었고, 햇빛, , 공기, 나무, , 지렁이 등등 온 자연만물의 은혜가 있었다.

    그 위에 내가 오늘도 먹고 자고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감사함을 모르고 더 바라며 늘 투덜투덜 거리면서 살아왔구나! 알게 되어서 참 감사하다. 여기 있는 것이 참 좋다.

     

    "사감선생님"

    백일출가 동안 부공양주 소임을 맡았다. 공양주를 도와 공동체 대중들 삼시세끼를 책임지는 일이었다. 모두가 먹는 음식에 관련된 일이라 사람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나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고 했는데, 내 의견이 꼭 관철되어야 한다는 고집이 밑바탕에 있다 보니 웃으며 부드럽게 말하지 못했다. 도반들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일 중심적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도반들은 그런 나를 불편해 했다. 내 업식대로 긴장 유발자, 사감선생역할을 100일 동안 톡톡히 했다. 아이고, 내가 사회에서도 이렇게 내 성질대로, 내 업식대로 살았는데, 여기 와서도 이렇게 사네. 알게 되어서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업식 한번 뛰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딸"

    수련원에서 더 공부하기로 결정하고 34일 집에 다녀오면서 부모님께 거의 통보식으로 죄송하다는 말만 드리고 배낭을 메고 훌쩍 나왔다. 내 선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부모님 앞에서 백일출가 동안 있었던 일, 나의 변화, 나의 진로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기보다 나는 입을 닫았고 그 상황에서 도망을 쳤다. ‘니 행복 찾아서 니 갈길 가는 이기적인 년이라는 말에 머리로는 속상하시니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올라오는 걸 보았다. 부모님은 당연히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줘야 하는 존재. 내가 하는 어떤 선택도 기쁘게 환영하는 존재여야 했다. 그래야 나는 내 멋대로 하면서도 좋은 딸이 되니까. 배낭 매고 우산도 없이 비를 추적추적 맞으면서 집을 나와 기차를 타러 갈 때, 부처님의 출가가 생각났다. 좋은 딸도 좋지만 내 인생의 주인이 먼저 되어야겠다.

     

    "행자라서 참 좋다"
    행자대학원 입학식이 진행되고, 새발우, 새염주, 새법복을 받고 진짜 출가수행자 처럼 새로운 출발을 했다. 새벽 4시 도량석 소리를 듣고, 법복을 입고, 예불을 드리고, 발우공양을 하고, 정진하고, 일수행하면서 나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더 알아간다. 내 기대와 요구대로 안해준다고 고마운 부모님을 원망하고 스스로를 괴롭혔던 나도 돌아본다. 죄송스럽고 참 감사하다. ‘부모님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부모님 은혜를 충분히 받고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체 의지심을 내려놓겠습니다.’ 법사님이 주신 기도문이 점점 더 무슨 의미인지 내 안에 와 닿는다. 백일출가를 했다고, 행자대학원에 입학했다고 내 삶이 급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천천히 부처님 가르침대로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내가 좋다. 행복한 삶을 사는 자유로운 사람인 행자! 나는 행자임이 참 좋다.

     

     

    (가운데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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