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월간정토 2월호] 백일출가 회향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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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일출가 | 2017.03.11 11:25 | 조회 838



    <백일출가 회향 소감문>


    발목이 보살이네!

    29기 백일출가 이선화

     

    100일 출가를 하면 공동체 생활, 힘든 일수행을 해야 하고 멀리 있는 해우소와 마실 수 없게 되는 커피 등 도무지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제는 내 삶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100일 출가 명심문인 `, 하고 합니다.`는 쉬웠다. 잘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말만 `` 하고 할 뿐 전혀 달라지지 않은 나로 지내고 있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는 인간관계’, ‘개인적인 성격’, ‘힘든 일에는 주저하고’, ‘책임지는 일은 하나도 맡고 싶지 않고’, 도반들과 같이 생활하면서도 혼자 빙빙 겉 돌고 있었다. 그렇게 100일 출가 전반기가 지나갔다. 후반기가 되었다. 새로운 소임으로 발우공양 국담당을 맡았다. 하지만 내가 한 후반기 소임은 소임 첫날 발우공양 국을 한번 끓여 본 게 전부였다. 그날 도량에서 넘어져 깁스를 하게 되고 자비당 붙박이가 되어 버렸다.

    산 중턱에 자리한 정토 수련원. 그 중 자비당은 그 가장 높은 곳 대웅전 옆의 백일출가 행자들을 위한 생활공간이다. 해우소와 세면장은 산 옆을 돌아 5분 거리, 공양간은 산 아래로 5분 정도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깁스를 한 다리로 나는 어디도 자유롭게 다닐 수 없었다.

    하지만 자비당에서 혼자 지내는 것은 내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화장실도 자비당, 밥먹는 곳도 자비당, 세수도 빨래도 모두 자비당에서 해결하였다. 발우 공양하러 갈 때나, 머리를 깎거나, 샤워를 하거나 하면 도반들의 도움을 받아 차로 이동할 수 있는 배려를 받았다.

     

    다만 여기서도 혼자 인가!, 공동체 생활 하려고 왔는데 이래서 공부가 되겠나?’ 생각했다. 그리고 서서히 내게 분별이 일어나는 도반들에게 서운한 감정이 드는 나. ‘나는 도반들을 공부시키고 동시에 나도 공부를 하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확실한 것은 29기 도반들이 없었다면 나는 여기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자비당에서 나만큼 밥을 먹은 사람이 있었을까? 깁스 이후 자비당으로 매일 점심 저녁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도반들... 다친 다리 덕분에 나는 매일 돌아가면서 도반들과 공양을 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다리가 멀쩡했다면, 어림없었을 일일텐데 말이다. 내게 자비당은 학습공간이라기 보다 도반들과 도시락을 함께 먹으면서 색다른 공동체를 체험한 공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깁스를 한 나에게 공동체 대중분들은 선뜻 말을 걸어 주신다. 그리고 여러 장면에서 도움을 받았다. 내 이름은 몰라도 깁스 한 백출행자하면 이제 다들 아실 거 같다.

    이제 회향. 회향 수련에서 법사님께서 하신 말씀. ‘발목이 보살이네!’, 발바닥 골절 이후 100일 출가에서 하지 못하게 된 것들 그리고 그 덕분으로 얻게 된 것들 그 모든 것에 감사하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것은 역시 불편한 일이다. 이곳에 있는 내가 좋다. 모두와 함께 있을 수 있어 더 좋다. , 이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 볼까?

     

    여기서 지휘자님이 제일 잘 하고 있어요. < 29기 백일출가 이은비 >

     

    백일 안에 자기를 내려놓는 맛을 보면 어디 가서 살아도, 무슨 일을 해도 마음에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법륜스님의 이 한 마디에 모든 걸 내려놓고 백일출가를 결심했다.

    여기 오기 전 나는 하루하루가 긴장과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더 이상 내가 라고 생각했던 착하고 순종적이던 모습이 아니었다. 가족에게 제일 큰 원망과 미움을 쏟아내었고 내가 많이 의지하고 믿었던 아버지를 원망하며 입에 담지 못할 막말과 욕설을 퍼부었다. 큰 사고 없이 말 잘 듣던 딸이 변하자 부모님은 서로 당신 탓이라며 또 다시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고 계셨다. 힘들 때 남보다도 못하게 서로를 물고 뜯는 우리 가족. 부정하고 싶었다. ‘이건 내가 원하는 가족이 아니야!’ 모두 남의 눈치 보며 가족인척, 부부인척, 남매인척 연기하는 배우 같았다. 극도로 치닫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대인관계와 일상생활도 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급기야 집에서 폭행이 일어나 경찰이 오고 입원을 하게 되었다.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이게 내 바닥인가! 이렇게 시궁창 같은 삶을 계속 살아야 하는가!’ 부모님과 가족을 부정하니 내가 쓸모없는 사람, 부모가 원하지 않는데 잘못 태어난 쓰레기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그러던 중 법륜 스님의 책을 읽게 되었고 절실하게 이 괴로움에서 나 혼자라도 빠져나오고 싶었다.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믿지 않는 사람도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종교 저 종교, 이사람 저 사람에게 내 괴로움을 풀어달라고 감정만 쏟아냈지 그 괴로움이 나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다.

     

    정말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시작한 백일출가.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지, 지옥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야!’ 만배를 하기 전 몇 번이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만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특히 손목염증이 있는 상태에서는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스테프들이 알려준 절 자세로는 절을 할 수가 없어 두 손을 짚으면서 절을 했다. 결국 만배가 끝나고 버티다 손 깁스를 하게 되었다. 점점 더 힘들어진 공동체 생활. 가족과도 못 살고 뛰쳐나왔는데 무슨 배짱으로 수십 명이 사는 수행집단에서 내가 살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도반들에게 시비분별이 끊임없이 올라왔고 자신을 챙기기도 바쁜 상황에서 내가 정상인만큼 제대로 팔을 못 쓰니 나에게 분별을 내기 시작하였다. 남들 눈치보고 긴장과 불안한 업식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백일출가는 내가 만든 또 다른 지옥이 되어버렸다. ‘아직 며칠 밖에 되지 않았는데, 손목이 파열되는 고통을 참아가면서 만배를 하고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머리를 굴리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50여일이 지났을 쯤 내 꼬라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상황이 되고 사람들이 따라주면 쾌하고 안 되면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또 생각으로 상을 만들어 그 사람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게 내가 만든 괴로움이었구나!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고 미워해도 내가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는 구나!’ 법사님의 말씀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회향식을 앞두고 합창 지휘를 맞게 되었다. 백일출가를 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아본 책임자의 소임이었다. 지휘자를 맞게 되자 잘하고 싶고, 잘 보이고 싶고, 프로 같은 모습으로 짠하고 그동안 힘쓰는 일에서 소극적이었던 내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생각과는 달리 개인 연습시간은 터무니없이 적었고, 지휘는 해본적도 없고, 노래도 못하는 내가 합창 지휘를 맞으니 사람들이 못마땅해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시 소외감과 위축감이 들기 시작했다. 90여 일 동안 단련이 돼서 분별내는 도반을 봐도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도망치고 싶었고 합창연습 시간이 다가오면 먹지 않아도 체기가 가시지를 않았다. 세 번째 연습을 앞두고 행자님 한분이 여기서 지휘자님이 제일 잘 하고 있어요.’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용기를 내어 사람들에게 다가가니 도반들도 조금씩 적극적인 내 모습을 보고 따뜻하게 봐라 봐주기 시작하였다. 그제야 내가 얼마나 나를 내세웠고, 스스로 완벽한 내 상을 만들어 나를 자책하고 숨 막히게 했는지 알아차려졌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다 좋은 일이다.’ 아직 온전하지는 않지만 인정하고 내려놓으니 지옥 같았던 집도 있어서 감사하고 원망했던 아버지, 어머니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사셨는지 가족을 지키려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셨는지 알게 되었다. 내 삶은 내가 책임진다.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요.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임을 알고 나니 두려울 게 없습니다. 나는 아무 불안한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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