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월간정토 6월호] 특별한 도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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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일출가 | 2018.11.18 13:15 | 조회 30


    특별한 도반을 
    만나다


     

      박성희  백일출가 29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을 찾아서

      현대 산업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방법이란 오로지 타인보다 내가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사는 것이다주변을 돌아보거나 나를 돌아보거나 하는 일은 사치라 생각하며 39년을 경쟁하며 살아왔다그런 와중에 우연히 알게 된 정토불교대학과 깨달음의장을 통해 지금까지 외로움과 괴로움에 쌓여 살아온 나를 보게 되었다뭐라 표현할 순 없지만한껏 가벼워진 마음이 들었다그래서 아주 당당히 백일출가라는 것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오랜만의 면접이라 긴장되는 마음으로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 사람이 들어와서 말을 건다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거는 것에 불편함이 확올라왔다그리고 묻는 말들이 지금도 여전히 기억나진 않지만 쓸데없는 얘기였던 것 같다속으로 이 사람과는 같이 하고 싶지 않다제발!!’ 하는 마음이 들었다그 사람과 면접을 보는 내내 속으로 이 사람 뭐라는 거야!!’ ‘답답하다.’라는 생각으로 면접은 끝이 났다.

     

      

    만 배를 해야 하는데나는 무릎관절 고질병 환자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병원을 전전했다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관절이 좋지 않았고슬개골 연골연하증 진단을 받은 지 오래된 무릎관절 고질병 환자이다정형외과와 한의원을 오가며 월급을 탕진하고 있었고이 병원 저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백일출가 원서를 냈고면접을 봤으니 이제 만 배를 준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평소에 108배도 하지 않던 내가 3일 동안 만 배를 해야 한다니,생각만으로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그렇지만 이왕하기로 한 것이니 해본다무조건 해본다입방 일주일 전 하루 500배로 만 배를 준비하고무릎주변 근육재생시술을 받았다.

     


     

      드디어 입방그리고 만 배여전히 긴장과 초조함을 놓지 못한 채 시작하는 만 배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래병원 다닌 값을 해야지하하’ 하며 쉽게 보는 순간 죽을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몇 초전까지만 해도 근육재생시술 잘 받고 왔다고 좋아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그 시술 덕에 허벅지 근육이 터질 듯 빵빵해졌다. ‘뭐야그 시술 때문이야.’라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계속 구시렁거리는 나를 발견했다갑자기 뭔지 모를 민망한 마음이 올라왔다순간 피식하며 웃음이 터져 나왔고지금껏 살면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내 모습이 보였다난 절을 하려고 왔는데 절이 하기 싫어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있었다.

     

      그리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그냥 습관대로 휩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이것만은 넘겨보겠다고이를 악물었고또 악물었다절을 한배한배 하면서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두 가지고개를 숙이면 방석 위 기도포에 쓰인 하고 합니다.”라는 명심문과 고개를 들면 불단에 앉아계신 부처님의 고행상이 두 가지를 번갈아 노려보면서 이번만은 나에게 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이렇게 순간순간 변하는 내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고이런 어이없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일하며 만난 특별한 도반

      무사히 만 배를 마치고 입재를 했다그리고 매일의 일상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 수행 시간나는 사회에 있을 때부터 쉴 새 없이 일을 해온 터라일 수행 시간만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쉽게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문경의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 도량에 방풍 작업을 하게 되었다일 수행 조장이었던 나는 조원들과 함께 창문과 문에 뽁뽁이를 붙이고 비닐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고일 나누기 후 각자 3, 4명으로 나누어져 작업을 시작했다나는 사회에서 혼자 하는 작업과 주로 매니저 역할을 했었던 터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같은 도반들에게 일을 시키고 있었고도반들의 의견은 물어보지 않고독단적으로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그때 한 도반이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그 도반은 백일출가 면접 때 이 사람만은 같이 하고 싶지 않았던날 불편하게 만들었던 그 사람이었다설상가상 우린 같은 일 수행 조였다.

         

    일과 수행의 통일

      나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 했고그 도반은 같은 시간을 하더라도 쉬엄쉬엄하고 싶어 했다나는 그 도반을 몰아붙였다그 도반은 항상 나와는 다른 의견을 내면서 나와 부딪쳤다그리고 마음 나누기 시간 나는 마음을 나눠야 하는 그 시간에 마음 퍼붓기를 했고서로 마음이 상하기도 했고때론 이렇게 붉으락 푸르락 하는 나를 그 도반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하기도 했다그러기를 30일째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팀장님을 찾아가 저는 도무지 그 도반이랑 같이 일 못 하겠어요같이 하느니 제가 나가겠습니다.’라고 얘기했다팀장님과 면담하면서 내 발로 내가 들어온 곳에서 나가겠다고 포기하겠다고 칭얼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여전히 나를 내세우려 기를 쓰고뭐든 내 손을 거쳐야 일이 된다고 생각하고상대를 이해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그리고 괴롭기를 자청하는 내가 보였다.

     


    ▷잔디 심기 작업 중(왼쪽이 글쓴이) 

     

      그 후 나는 그 도반을 연구하기 시작했다연구라기보다는 이해하고 싶었다나는 어릴 적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좋고 싫음이 확실해서 미친 듯이 좋아하고미친 듯이 싫어하는 성향이 아주 강했다.호불호가 강한 업식상대를 배척하려는 업식이 있음을 알게 됐다.

     

      백일출가 50일째 난 다시 팀장님을 찾아갔다. ‘이번만은 도무지 안 되겠어요진짜 그 도반과 같이 못 하겠습니다.’라고 말했고백일출가 80일째 역시 팀장님을 찾아가서 똑같은 말을 했다그러면서 속속들이 드러나는 나의 업식들꿈에 그리던 29기 백일출가 회향 날 행자들은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고나는 수련원에 남기로 해서 며칠후 다시 문경수련원으로 왔다그 도반도 왔다하지만 우린 지난날처럼 상처 주고 상처받기에 급급했던 100일과는 좀 달라졌다상대의 의견을 듣지 않으려고 했던 귀를 열고상대의 마음을 보지 않으려고 했던 마음을 보려고 노력했다그것만으로도 더 이상의 시비 분별은 사라졌다.

     


    ▷일체의장- 잔디 심기 작업 중 (맨 뒤 오른쪽 첫번 째가 글쓴이) 

     

      그리고 예비행자대학원 과정이 시작되었다나는 그 도반과 다시 부딪쳤다여전한 나의 업식에 그 도반은 다시 걸려들었다그리고 다시 반장님을 찾아갔다나는 여전히 상대를 탓하고 미워하고 있었다나와 다른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 기준으로 분별하고나에게 상대를 맞추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100일을 살았지만전혀 변한 게 없었다세세생생 쌓아온 업식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꾸준히 알아차리고 내려놓을 뿐이다내 성질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상대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

         

    지금 이대로 괜찮다

      백일출가를 결심하고 면접만 배를 거쳐 일 수행을 통해 명심문 하고 합니다.”를 마음에 새기며100일이 지났고예비행자대학원을 통해서는 새로운 소임과 프로젝트를 맡아서 잘 쓰여집니다.”라는 명심문으로 또 50일이 지나갔다.

     

      난 여전하다그 업식 어디 가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내가 그런 어리석고어리석은 사람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50일 동안 나는 학교나 사회에서는 절대로 배울 수 없는 나를 이해하고 그 마음을 알아가는 법을 배웠다이것 하나면 충분하다항상 건조하고 메마르게 앞만 보며 살아온 내 39년 동안 이렇게 열정적이고 따뜻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는 진정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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