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월간정토 4월호] 내 삶의 방향을 잡아준 백일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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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일출가 | 2018.11.18 13:37 | 조회 70


    내 삶의 방향을 잡아준 백일출가 


    장명희(백일출가 32기)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방황한 시간
     

    어린 시절을 나는 고집은 있었지만,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안 하는 그런 아이였다. 남들이 하는 대로 크게 뒤처지지 않을 만큼 학교에서도 조용하고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아이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원만히 학교를 졸업했다. 문제는 회사 다니면서 시작됐다. 성인으로서 스스로 판단해야 하고, 결정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서울에서 혼자 살며 직장을 다녔고, 잘 챙겨 먹지 못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런 여러 문제 중에서도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왠지 모를 허함이 계속 느껴졌던 것 같다. 행복하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결국은 집으로 내려왔다. 
     

    잠시 방황하면서 이것저것 배웠고, 벌어놓은 돈을 다 썼기에 또 직장을 잡고 다시 방황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인터넷 상담, 애견미용, 빵집 아르바이트, 보습학원 강사 등 어느 한 직업에 정착하지 못하고, 허전함을 채워줄 뭔가를 찾아서 헤맸으나 마음은 허했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원했었고 그 원함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허전함은 여전했다. 갈망, 사랑, 이별. 다시 뭔가를 찾아 헤매야 하는 상황이 왔다. 이렇게 계속 허전함을 없애줄 무언가를 찾던 중에 ‘깨달음의장’에 참여하게 됐다. 하지만 깨달음도 잠시, ‘뭔가 깨닫기는 한 것 같은데, 그런데 뭐? 근데 어떻게 살라는 거지?’라는 의문은 계속됐고, 허전함의 원인을 더 깊이 찾기 위해 백일출가에 참여하게 됐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100일간 여러 프로그램과 일과 수행을 통해 나를 들여다볼 다양한 기회가 주어졌다. 그중에 일체의장과 나눔의장에서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일체의장에서 법사님께서 질문하셨다.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듣고 생각해 봤다. 난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재미난 일도 없었다. 막연하게 남들 도와주는 게 좋다고만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가 아닌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남들 도와주는 것을 하고 싶기도 하면서 또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마음도 있었다. 여러 마음이 섞여 있어 혼란스러웠지만 봉사할 때 행복을 느꼈던 것은 분명했다. 똑같은 청소인데 돈 받고 할 때는 하기 싫었는데, 봉사로 할 때는 즐거웠기 때문이다. 
     

    예쁜 옷 사고 맛있는 것 먹고 놀러 다니고도 싶었지만, 봉사하는 것이 좋게 느껴졌다. 마치 천일결사의 목표 첫 번째 구절인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여 진다’는 문구처럼 이런 방향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시간이었다. 결국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서 말이다. 삶의 방향이 잡혔으니 이제 회향해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나였다.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라는 문제였다. 백일출가하면서 다른 도반들에 비해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었고 분별심도 올라오지 않았다. 큰 문제는 없었다. 삶의 목표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이제 문제는 해결됐다고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나눔의장에서 내 머리는 오히려 복잡해졌다. 
     

    나눔의장에서 법사님께서 내게 어린 시절 때 생각나는 것을 말해보라 하셨다. 처음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여러 차례 생각해보라는 법사님 말씀에 생각 안 나는 게 무슨 문제인가? 문제가 없는데 왜 이렇게 힘들었을까, 생각이 뒤섞이며 많이 힘들었다. 이전까지 나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별문제 없다고 생각했었다. 더 생각해 보려 해도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문득 엄마랑 목욕탕에 갔는데 엄마한테 등을 찰싹 맞는 장면과 창문 밖을 바라보면서 나가고 싶어 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한동안 대중목욕탕 가는 걸 싫어했는데, 이런 기억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이가 좀 들어서인지 부모님께 불만이 없고, 감사한 마음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린 시절 엄마한테 따뜻함을 바랐었고, 그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도반들의 이야기와 법사님의 말씀을 통해 내가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구나, 나도 뭔가를 원하기도 했었고, 뭔가 억눌린 것도 있었음을 알게 됐다. 
     

    이것이 나를 보게 된 첫 시작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개운한 마음은 아니었다. 

    내가 나를 알아주는 순간 변한 것
     

    백일출가 회향 이후에도 나를 본다는 것, 나에게 깨어 있다는 것이 어렵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기도는 빼먹지 말아야 한다는 막연한 마음이 들었다. 회향 후 대략 20일 정도 지났을 때다. 밖에서 지내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불안하고 또다시 허함이 느껴졌다. 아침 예불을 드리는데, 내가 나에게 항상 부족해 하고 나를 알아주지 않았던 것이 느껴졌고 ‘나는 이미 충분합니다. 더 바라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은혜 회향하며 베풀며 살겠습니다.’라는 기도문이 떠오르며 눈물이 났다. 나를 내가 알아주는 순간 갑자기 허함이 싹 사라짐을 느끼면서 동시에 나에 대해 감사와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해주신 많은 인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후로도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눈뜨고, 매일 나를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로 즐겁게 지내고 있다. 얼마 전에 나를 더 알아보고, 바꿔 보기위해, 그래서 조금 더 잘 쓰이기 위해 두 번째 만 배를 하고 재입재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설레는 마음이다. 부처님 법 만났음에, 부모님, 백일출가 동기들,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인연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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