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가출?출가하다!] 염화시중의 미소

백일출가 | 2013.01.25 09:41 | 조회 1793
이리저리 방황하며 잉여의 삶을 살던 여대생. 속세를 떠나 출가를 결심하다!

현재 11기 행자로 생활하며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따끈따끈한 이야기.들어가보시죠^^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 :)

염화시중 :

꽃을 따서 무리에게 보인다는 뜻으로, 말이나 글에 의하지 않고 이심전심으로 뜻을 전하는 일.

석가가 연화를 들어 제자들에게 보였으나, 아무도 그 뜻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

가섭만이 홀로 미소를 띄웠으므로, 석가가 그에게 불교의 진리를 주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

새벽 네시 반 기상 후 부처님 만나러 새벽 예불 가는 길.

백일출가 후반부에는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모색할 때라는 스님의 말씀에

계속 많은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108배 정진동안 요즘 들어 더욱 더 보이는 내 업식이 마음에 걸렸다.

수행정진 79일째, 난 아직도 정체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을까?

예불이 끝난 후,

나는 질문지(행자들이 매일 스님께 그 날 하루 느꼈던 마음이나 생각, 또는 질문을 써내는 용지)소임이라

스님께 다가가서 도반의 질문지를 전했다.

유수스님께서 대뜸 하시는 말씀.

"수행 잘하고 있나?"

"잘 모르겠어요."

"왜?"

"요즘 제 꼬라지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요."

"제대로 못 보고 있으니까 모르지."

'잉? 방금 절하면서도 내 꼬라지때문에 생각이 많았는데, 잘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순간, 법륜스님의 고등학교 때 출가하시게 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지금 어디서 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놈이 뭐가 그리 바쁘냐 던

법륜스님을 거론하기에는 내 이야기는 소소하긴 하지만

나에게 유수스님의 말씀은 나를 더 한번 돌아보고

내가 정말 내 꼬라지를 잘 보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내가 너무 생각이 짧은 것 같아서, 그저 이런 내가 싫은 마음이 들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질문지에 썼을 때의 스님의 답은

"너무 고민하지말고 그냥 스님에게 물어보세요."였다.

그런데도 나는 차마 스님께 물어볼 수가 없었다.

괜히 100일출가 이후에도 더 남아 있으라고 하실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하지만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이 것도 내가 나를 잘 못 보고 있어서가 아닐까?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부모님, 친구, 선배,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미리 짐작하며 '저 사람은 저렇게 말하고 저렇게 행동할거야.'

상을 지은체 거기에 사로 잡혔던 나의 모습을.

그제서야 또 다시 나를 제대로 바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번 느꼈다.

생각 속에 사로잡히지 말고 힘껏 박차고 내 경계를 뛰어넘어야 된다는 것을.

내게 스리슬쩍 말씀을 건네며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시던스님.

그게 아마도 염화시중의 미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도 절로 웃음이 나오는 하루가 되었다.

<유수스님: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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